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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거주가치 중심 주거문화

  • 2024-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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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휴호텔을 리모델링한 창작주택 안암생활 <아이부키 홈페이지> 

그동안 많은 주거 연구자들은 우리나라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위주의 주거에 대하여 
획일성, 폐쇄성, 도시 맥락과의 단절, 상품화 등의 문제를 비판하면서 이를 개선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해 왔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선호하고 여기에 살고 있다,

주택을 구매하는 기준이 거주라는 본연의 가치보다는 투자가치와 환금 가능성에 치우쳐 지면서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이나 수요에 맞는 주택을 찾기 보다는 주택 가격의 상승 가능성이 주택을 구입하는 데 더 큰 영향을 끼쳐 왔다. 
이러한 경향은 소위 수익형 부동산으로 불리는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을 거주대상이 아닌 

투자대상으로 보는 사회적 양상으로 다시 확대되었다.

필자는 2011년 연구원에서 우리나라의 주거문화를 진단하는 매우 어렵고도 부담스러운 연구 과제를 진행하면서

도대체 ‘주거문화란 무엇인가?’, ‘문화적이다 라는 것은 어떤 것인가?’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고민했었다.

이를 위해 많은 문헌을 찾던 중 문화인류학, 문화사회학, 문화지리학과 같은 문화 관련 서적과 논문에서 힌트를 얻게 되었는데, 

그것은 문화를 향유하고 소비하는 주체인 소비자의 ‘취향’에 주목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거주가치 중심의 주택이란


바람직한 주거문화의 형성은 주거에 대한 다양한 소비자(거주자)의 취향이 외부적으로 표출될 수 있어야 하며 

거주자의 취향이 주택시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야 실현된다고 할 수 있다. 

즉 주거문화를 창출하는 주체는 공급자인 건설사가 아니라 주택을 구매하고 거주하는 소비자인 거주자이어야 하고, 

거주자의 취향이 구현될 수 있는 다양성과 정체성을 주거가 내포하여야 비로소 우리는 주거에서 ‘문화적’ 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게 된다.

그간 우리나라의 주택정책에서 사회취약계층에게 주거를 제공하기 위한 주거복지 정책과 

주택가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주택시장 정책에 비하면 

주거문화 향상을 위한 주거문화 정책은 상대적으로 주된 정책적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앞으로의 주거문화 정책은 획일성, 폐쇄성, 도시 맥락과의 단절, 상품화 등의 문제로 비판 받는 주택시장에서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거주자)가 주도하는 시장의 형성을 위하여 거주자가 자신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주거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

저출생 고령화에 따른 인구사회구조의 변화에 따라 

과거의 소품종 대량생산방식의 주택공급체계가 다품종 소량생산방식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주장과 전망과 함께 

기존의 아파트 단지나 수익형 부동산과는 차별화된 공동체주택, 사회주택, 공유주택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주택공급 사례가 조금씩이나마 증가하고 있다.

소유(분양)가치 중심의 주택들과 대비되는 거주(이용) 가치 중심의 주택은 시행, 소유, 거주, 관리·운영주체가 가능한 한 동일하면서 

거주자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되어 있고, 거주자와 지역을 위한 다양한 주거서비스가 지원되는 주택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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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가치 중심의 주택공급과 운영_안암생활

거주가치 중심의 주택공급 사례들은 공공임대주택 보다는 사회적경제주체 등 민간주체가 직접 공급하거나 공공의 지원을 받아 공급하는 사례들에서 많이 등장한다.

2020년 아이부키가 LH공사의 매입약정형 비주택 용도변경 리모델링 사업으로 진행하여 준공한 안암생활은 거주가치 중심의 다양한 요소들을 반영한 사회주택이다. 

안암생활은 공공의 지원을 받아 사회적경제주체가 유휴호텔을 기숙사로 용도를 변경하여 122세대의 청년을 위한 주거로 공급한 사례인데, 

기존 호텔을 리모델링하는 어려운 사업여건에도 불구하고 호텔의 지하공간을 창작 및 창업을 위한 코워킹 스페이스로 활용하고, 

회의실, 공유주방, 공유세탁실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사업을 기획한 사회적 경제주체가 주택의 운영 또한 담당하면서 창작과 창업이라는 특화방향에 부합하는 입주자를 선정하였으며, 

커뮤니티 활동비, 입주자 자치회 운영, 창업 및 창작활동, 공유화폐, 커뮤니티 활동공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안암생활의 지하 1층에 있는 생활가게, 무료나눔 공간, 예술작업 공간 등은 모두 입주자의 의견을 받아 조성한 공간들이다. 

안암생활 주변의 카페, 식당 등 소상공인과의 연계를 통해 매출 확대와 할인이라는 상생 방안도 강구하였는데, 

이러한 주택과 지역과의 연계는 그 밖의 많은 사회주택과 공동체주택 등에서 주민공동시설의 개방, 마을가게 운영, 공동육아 어린이집, 소극장, 공유 오피스 등 다양한 형태로 구현되고 있다.


◇주거와 시설의 적극적 연계_비바스니신마치

주거 수요 다양화에 따라 정부는 주택 관련 기준들을 개정하고 청년 지원주택, 신혼희망타운, 고령자복지주택 등 특화형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였고, 

다양한 입주자 편의시설과 함께 국공립어린이집, 돌봄센터, 공동육아시설, 창업지원시설, 복지관 등 

지역 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지역편의시설을 주택과 연계한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 

다만, 단순히 시설을 부가적으로 병설하는 것뿐만 아니라 주택과 시설의 다양한 결합 방식을 모색할 필요가 있으며, 

운영과정에서 주택과 시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할 것인가와 같은 지속가능한 운영방식에 대한 방안을 초기 단계부터 보다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본 카나가와현 카와사키시에 2005년 준공된 비바스니신마치는 노인병원과 고령자용 임대주택, 일반임대주택을 복합화한 시설이자 주택으로 

병원과 주택을 결합한 혁신적인 모델로서 일본 내에서도 주목을 받았던 사례이다. 

사업을 주도한 주체는 카와사키시 주택공급공사인데, 시민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의료시설과 주거시설을 결합한 새로운 주택사업방식을 모색하게 되었고, 

마침 노후병원의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던 지역 민간병원이 사업에 함께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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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임대주택과 민간병원을 결합한 비바스니신마치.


비바스니신마치에는 요양병상 85개의 민간병원과 서비스 제공 고령자임대주택 55호, 일반임대주택 10호가 있는데, 

함께 공급된 일반임대주택은 고령자만이 거주하는 것보다는 일반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다세대 공생형의 주거공간을 지향하고자 한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병원과 주택 사이의 4층 공간은 지역 개방형 공용시설로서 커뮤니티 광장, 옥상정원, 데이케어센터 등이 조성되어 있어 단지 주민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도 이용 가능하며, 

그 밖에도 입주민 상담, 교류회의, 동호회 활동 등 입주자를 위한 시설과 운영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고령자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고령자는 평소에는 주택에 거주하면서 NPO법인이 6층에서 제공하는 고령자를 위한 생활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데이케어센터나 요양병상에서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거주가치 중심의 주거문화를 위해

그동안 주거문화 향상을 위한 정부의 주택정책은 특화형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거나, 특별설계공모를 통해 기존보다 디자인 측면을 강화한 주택공급 사례를 실현하거나, 

특정한 새로운 주택유형을 제도화하여 시장을 변화시키려는 방식으로 추진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들은 그다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였거나 오히려 부작용을 낳기도 하였다. 

결국 공공이 주도하는 방식보다는 민간이 주도하고 공공이 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주거문화 정책이 변화되어야 한다.

거주가치 중심의 주택공급방식은 단지형 아파트나 수익형 부동산 처럼 사업시행 주체가 기대할 수 있는 사업수익이 크지 않고 

기획부터 준공에 이르는 기간과 노력이 상대적으로 많이 필요한 주택방식이다. 

또한 주택을 준공하고 거주자가 입주한 이후에도 거주자의 의견을 반영하면서 지속적으로 주거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하는 방식이다. 

거주가치 중심의 민간 주도 주택 주택공급방식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작지만 새로운 시도들이 실제로 구현되고 주택시장에서 주목을 받음으로써 

주거문화 향상에 점진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공공이나 민간건설업체와는 차별화되는 다양한 가치를 구현하고자 하는 민간의 건전한 주택공급주체를 육성하고 

안정적인 사업주체로서 주택시장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정책의 지향점으로 설정하여야 한다. 

또한, 거주가치 중심의 주택이 구현하고자 하는 방향에 따라 다양한 시설이 연계되고 복합화될 수 있도록 민관협력방식의 사업모델을 도출하고, 

주택과 시설의 결합을 저해하는 경직된 제도를 유연화하는 방안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 

거주가치를 모색하는 사회적 실험들이 나의 취향을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주거로 연결되고, 

독특한 집이 더 이상 돈 안 되는 집으로 치부 받지 않고, 획일적인 삶이 아닌 다른 삶을 꿈꾸는 사람들의 선택지가 보다 넓어지는 우리 주거문화의 미래를 기대해 본다.

염철호


건축공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중앙 건축위원회 위원
전 도쿄대학 대학원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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